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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사용 詩 해 저문 나라에
홍사용 詩 해 저문 나라에

홍사용 詩 해 저문 나라에

2020. 8. 6. 06:24호호호🎃/문화예술

그이를 찾아서
해 저문 나라에,
커다란 거리에, 나아갔었더니
지나가는 나그네의 꼬임수에
흔하게 싸게 파는 궂은 설움을
멋없이 이렇게 사 가졌노라.

옛 느낌을 소스라쳐
애 마르는 한숨
모든 일을 탓하여 무엇하리요,
때묻은 치맛자락 흐느적거리고
빛 바래인 그림자 무너진 봄꿈,
미치인 지어미의 노래에 섞어서
그 날이 마음 아픈 오월 열하루.

봄아 말없는 봄아,
가는 봄은 기별도 없이
꽃 피던 그 봄은 기별도 없이,
진달래꽃 피거든 오라더니만,
봄이나 사랑이나 마음이나
사람과 함께 서로 달라서,
이 몸이 사랑과 가기도 전에
돌아가는 그 봄은 기별도 없이

진실과 눈물은
누구의 말이던고,
시방도 나는 이렇게 섧거든,
그적에 애끊이던 그이의 눈물은
얼마나 붉었으료,
하염없이 돌아가던 언덕,
긴 한숨 부리던 머나먼 벌판,
눈물에 젖어서
잡풀만 싹이 터 우거졌는데,
이 산에서 저 산으로 오고 가는 산새
가슴이 아프다 "뻐뻑꾹"
그이가 깨끗하게 닦아주고 가던

내 맘의 어루쇠[鐘]는 녹이 슬어서
기꺼우나 슬프나 비추이던 얼굴,
다시는 그림자도 볼 수 없으니,
아 - ­그 날은
병 들은 나의 살림,
마음 아픈 오월 열하루,
나는 이제껏 그이를 찾아서
어두운 이 나라에 헤매이노라.

 

 

*개벽開闢 37호, 1923년 7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