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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베르토 아를트 - 7인의 미치광이
로베르토 아를트 - 7인의 미치광이

로베르토 아를트 - 7인의 미치광이

2020. 7. 4. 05:11호호호🎃/문화예술

 

에르도사인의 삶은 분명 별난 데가 있었다. 마음속에 손바닥 만 한 희망이라도 생기면 그는 아이처럼 서둘러 거리로 뛰어나가곤 했다. Sin duda alguna su vida era extraña, porque a veces una esperanza apresurada lo lanzaba a la cal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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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자네의 운명은 어떤 걸까... 사람의 운명이란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거지만 왠지 자네 앞에는 멋진 길이 펼쳐져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 보통 사람들은 구경 조차 할 수 없는 뭔가 다른 길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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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덩어리 안에서 바다와 같은 영혼이 요동치고 있는 게 바로 삶이 아닌가? 그 무거운 살덩어리는 하늘 높이 날기를 원해. 우리 안의 모든 게 저 구름 높이 날아가길 바라고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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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마음 속엔 서로 다른 운명의 길이 나 있는 것 같아요. 세상의 이치를 깨닫게 해주는 신비한 본능 같은 거라고나 할까. 지금 나한테 일어나고 있는 일도 내 운명의 길을 따라가다 보면 겪을 수 밖에 없는 사건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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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말이야, 자네가 돌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아. 진담이야. 자네 문제는, 글쎄 뭐랄까, 삶에 대한 의욕이나 사람들에 대한 자비심과 사랑이 좀 지나쳐서 탈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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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락의 구렁텅이에서 자넬 구해 준 건 그따위 룰렛의 비결이 아니라 자네 마음속에 있는 아름다운 영혼이라고. 자넨 정말 좋은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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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귄클래식 2008

7인의 미치광이

로베르토 아를트 

LOS SIETE LOCOS

Roberto Arlt

 

당시 에르도사인은 하루 종일 꿈속에서 사는 듯한 불안감에 시달렸다. 그는 벌건 대낮에도 몽유병자처럼 도시를 배회하기 일쑤였다. 자신을 짓누르던 악몽과도 같은 세계를 그는 '고뇌의 흔적'이라고 불렀다. 그의 말에 따르면 '고뇌의 흔적'은 지도에 나오는 사막이나 염전 지대처럼 마치 청어 알 같은 작은 점들이 도시 상공 2미터 정도에 타원형으로 무수히 퍼져 있다는 것이다.

 

'고뇌의 흔적'은 사람들이 겪은 무수한 고통과 괴로움의 산물이었다. 마치 독가스 구름처럼, 무겁게 이곳저곳을 옮겨 다니는 '고뇌의 흔적'은 벽을 뚫고 빌딩 숲을 가로지르면서도 수평으로 납작하게 퍼진 원래의 모습을 한시도 잃지 않았다. 그 평면의 고뇌는 날카로운 기요틴으로 변해 우리의 목을 베어버린다. 잘린 목으로 가늘게 터져오르는 애절한 흐느낌 소리. 이는 에르도사인이 고통의 무게에 짓눌려 처음으로 구역질이 치민 순간 떠올린 생각이었다. "대체 왜 이렇게 사는 거지?" 에르도사인이 자주 이런 막연한 질문을 던지는 것도 따지고 보면 그의 마음을 지배하던 불안감, 다시 말해 내일이 단순히 오늘의 반복이 아닌 그런 삶을 왜 그토록 간절히 바랐는지 그 원인을 밝혀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사실 그는 할리우드 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전혀 예상치 못한 사건들, 혹은 극적 반전이 자신의 삶에서 실제로 일어나기를 내심 바라고 있었다. 여켄대 어제까지만 해도 거지였던 자가 별안간 비밀 조직의 우두머리로 밝혀진다든지, 모험심이 강한 타이피스트가 사실은 백만장자였다든지 하는 식의 스토리 전개 말이다. 현실적으로는 도저히 실현될 수 없는, 아니 기적이라고 해야 마땅한 그런 일들에 에르도사인이 지나칠 정도의 집착을 보인 것은 아마도 그가 실패한 발명가이자 감옥 언저리를 맴도는 범죄자라는 사실과 연관이 있을지도 모른다. 하여간 그런 공상에 빠져 있을 때면 에르도사인은 마치 레몬을 씹은 것처럼 늘 이가 시리고 속이 쓰렸다. 

 

에르도사인의 삶은 분명 별난 데가 있었다. 마음속에 손바닥 만 한 희망이라도 생기면 그는 아이처럼 서둘러 거리로 뛰어나가곤 했다.